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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롭던 우리 집에 생긴 일
    카테고리 없음 2026. 4. 17. 14:22

    예전엔 집이 제일 편했다. 현관문을 닫는 순간 세상과 분리되는 느낌, 소파에 앉아 TV를 켜면 하루가 정리되는 시간. 그 평화가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작은 소리가 마음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다. “공사하나 보다.” “금방 끝나겠지.” 그렇게 넘겼다. 근데 문제는 그 작은 소리가 점점 더 눈에 띄게 커져만 가는 거였다. 

    드르륵, 쿵. 벽을 타고 울리는 소리. 낮에는 참을 만했다. 어차피 나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문제는 밤이었다. 잠들기 직전, 조용해진 순간에 더 또렷해졌다. 그때부터 집은 완전히 편한 공간이 아니게 됐다.

    남편은 괜찮다 했다. “그 정도는 어디나 있어.”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다.

    “네가 좀 예민해진 거 아닐까?”

     

    그 말을 듣고 나니 더 혼란스러웠다. 정말 내가 문제일까? 하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 잠들기 전 긴장
    • 작은 소리에도 놀람
    • 괜히 창밖을 확인하는 습관

    집이 안식처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공간처럼 느껴졌다.

    계속 참고 넘기다 보니 짜증이 쌓였다. 그러다 깨달았다. 문제는 소리 자체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었다는 걸.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언제, 몇 시에, 얼마나. 생각보다 반복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다

    며칠을 고민하다 이웃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따지듯이 아니라, 부탁하듯이.

    의외로 상대도 몰랐다고 했다. 공사 시간이 길어진 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 완벽하진 않았지만, 조금은 나아졌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은 이웃이 혹은 상대방이 100프로 200프로 잘못한 게 확실한 상황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게 너가 틀린 거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는거다.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내가 내가 현재 겪고있는 스트레스나 피해를 가볍게만 툭치듯이 알려주는 거다. 즉, 선을 넘지 않으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알게 됐다. 집이 평화로운 건 당연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배려 위에 서 있다는 걸.

    지금도 완벽히 조용하진 않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만든다.

    평화롭던 우리 집에 생긴 일은 결국 소음이 아니라 나와 공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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